이스타항공 인수 예비후보였던 중견건설업체 성정이 우선매수권 행사 의사를 통보하면서 인수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본입찰에 참여한 쌍방울그룹으로 기울던 인수전 양상이 다시 반전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인수가 성사돼도 2000억원에 달하는 부채와 노조와의 관계 설정에 심화될대로 심화된 저비용항공사(LCC) 시장 경쟁이 만만치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의 본 입찰전 조건부 계약을 체결한 예비후보 성정이 이날 오전 매각 주관사에 우선 인수권을 행사하겠다는 공문을 보냈고 매각 주관사는 이를 법원에 제출했다.
전날인 16일 우선매수권 행사쪽으로 방침을 정했고 다음날 이를 실행에 옮긴 것으로 사실상 최종 인수 후보로 확정지은 셈이다.
지난 14일 본입찰에서 쌍방울그룹 계열사 광림 컨소시엄이 유일하게 응찰하면서 쏠렸던 게임이 다시 반전되는 양상이다.
성정, 우선매수권 행사로 인수 최종 승리하나
이같은 역전이 가능했던 것은 이번 매각이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회생기업이 공개입찰을 전제로 인수의향자와 사전에 조건부 인수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회생기업은 인수의향자를 확보한 상태에서 공개입찰을 하게 된다.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는 이스타항공으로서는 우선매수권자를 미리 선정해 매각 성사 확률을 높이는 한편 공개입찰을 통해 매각가를 최대한 높이기 위한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전략적 선택이었다.
이 때문에 입찰 공고 전 이스타항공과 '인수·합병을 위한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하면서 우선매수권을 확보한 성정이 이를 행사하면 최종 인수 후보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려면 입찰 기업과 동일한 가격 조건으로 계약을 이행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제시한 인수 금액이 순수한 현금이나 총 동원 자금 등 기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동일한 기준 조건일 경우 약 100억원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성정은 조건부 투자 계약 체결시 약 1000억원을 제안했고 쌍방울은 본 입찰에서 약 1100억원 안팎의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성정이 쌍방울그룹이 제시한 금액과 조건을 수용하면서 이스타항공 인수 최종 후보자로 사실상 확정됐다.
충청도 부여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성정은 골프장 관리업, 부동산임대업, 부동산개발업 등을 하고 있는 기업이다. 관계사로 27홀 골프장인 백제컨트리클럽, 토목공사업체인 대국건설산업 등이 있다.
성정의 지난해 매출은 59억원, 백제컨트리클럽은 178억원, 대국건설산업은 146억원으로 기업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오너 일가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이스타항공 인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백제컨트리클럽과 대국건설산업 대표는 형남순 회장으로 성정은 형 회장의 아들인 형동훈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성정이 이스타항공 인수로 골프 및 레저, 숙박, 개발 사업 등과 항공업의 시너지 효과 창출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성정은 과거 티웨이항공(당시 한성항공) 인수전에 참여하는 등 항공업 진출에 관심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성정이 우선매수권 행사 의사를 통보하면서 오는 21일 서울회생법원을 통해 최종 인수 후보자로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기 위한 추가 자금동원력이 관건이지만 이스타항공의 새로운 주인이 될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 셈이다.
성정은 내달 초 이스타항공과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부채 상환과 유상증자 등 계획을 담은 회생계획안을 다음달 20일까지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인수 성사보다 인수 후가 더 문제...해결 과제 '첩첩산중'
하지만 회사를 인수해도 문제는 그 다음이다.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기 위한 자금 외에도 향후 회사를 정상하기 위한 추가 자금 투입이 필요한 만큼 재무적투자자(FI) 확보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이 현재 변제해야 할 체불임금과 퇴직금 등 공익채권은 700억~800억원, 법원에 신고된 공항사용료와 항공유류비 등 회생채권은 1800억원 안팎으로 해소해야 할 부채만 25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회사 인수와 부채 해소만 하더라도 총 3500억원이 투입돼야 하는 것이다.
이스타항공이 매각 추진과 함께 연내 국내선 운항을 목표로 국토교통부 항공운항증명(AOC) 재취득 절차에도 돌입하기는 했다. 회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항공업황 악화로 지난해 3월 전 노선 운항 중단(셧다운)이 이뤄졌고 중단이 장기화되면서 AOC 자격이 박탈됐다.
하지만 계획대로 연내 재취득이 이뤄진다고 해도 항공기 리스 등 재가동에 투입되는 비용과 수요 회복에 필요한 시간 등을 감안하면 인수 후 당장 수익을 내기는 어려워 운영비용 등 추가 재무 부담은 고스란히 인수자가 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AOC를 재취득해도 경영환경은 녹록치 않다. 항공업계 업황이 여전히 부진한 상황에서 LCC들은 경쟁 심화로 재무구조가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황이다.
LCC들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업체 난립으로 인한 과도한 경쟁으로 경영 환경이 나빠져 왔다. 여기에 지난해 플라이강원에 이어 올해는 에어프레미아와 에어로케이 등 신생 LCC들까지 뛰어들면서 경쟁은 한층 심화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백신으로 항공업황이 다소 회복되도 과도한 경쟁으로 업체들의 수익성이 제대로 담보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이스타항공은 현재 항공기재가 충분하지도 않은 상태여서 제대로된 경쟁도 쉽지 않다.
지난 2019년 말 기준 총 23대였던 보유 기재는 4대로 줄어든 상태로 이 중 2대는 추락 사고로 운항이 금지된 '보잉 737-맥스8'로 당장 운용할 수 있는 기재는 '보잉 737-800' 2대가 전부인 셈이다. 항공기 추가 리스 등을 통해 해결할 수는 있지만 이 또한 시간과 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경영난과 매각 과정에서 불거진 임금 체불 등으로 악화된 노사관계를 개선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10월 직원 605명을 해고하면서 노사 갈등이 깊어질대로 깊어진 상태다. 지난해 초 1600명에 달했던 직원 수는 400여명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노조가 성공적인 매각과 체불임금 해소를 통한 급여 보전을 위해 인수기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는 했지만 인수 후 시장과 경영 상황에 따라 잠재돼 있는 갈등의 골이 언제든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성정은 이스타항공 인수 성사 자체보다 인수 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더 많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며 “결국 관건은 추가적인 자금 동원력으로 투자자들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에 달렸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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