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추정가치, KB 시총 맞먹어
크래프톤은 엔씨의 두배 수준
관련업종 아닌 디즈니·워너 등
비교 대상에 넣고 몸값 산정도
하반기 역대급 공모주 시장이 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공모에 나설 회사들이 기업 가치를 너무 높게 산정했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불거진 ‘거품' 논란이 쉽사리 꺼지지 않고 있다. 게임회사 크래프톤과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대표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달 16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자사 기업가치(평가 시가총액)를 35조736억원으로 잡고, 이를 기반으로 주당 공모 희망가를 45만8000원~55만7000원으로 정했다. 기존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 시가총액(18조20억원)의 2배 수준이다. 카카오뱅크 역시 기업가치를 22조9610억원 수준으로 추정했는데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KB금융지주의 시총(23조2020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금융감독원이 크래프톤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한 것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사실상 공모가를 낮추라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으면 상장 후 주가가 떨어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어 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공모가 인하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크래프톤을 월트디즈니와 비교?
크래프톤의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 금융투자 업계에선 “기업가치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주가수익비율(PER)이 88.8배인 월트 디즈니를 추가해 기업가치와 공모가를 높인 것 아니냐”라는 지적이 나왔다. 크래프톤의 경우 기업가치와 공모가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액티비전 블리자드, 일렉트로닉 아츠 등 글로벌 게임사와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국내 게임회사 7곳 외에도 영화·TV 업종의 월트디즈니, 음반 업종의 워너 뮤직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 9개 기업의 PER 가운데 최고값과 최저값을 제외한 7곳의 평균인 45.2배를 대입해 기업 가치를 35조원으로 추정한 것이다. 월트 디즈니와 워너 뮤직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게임 회사를 대상으로만 PER 평균값을 구하면 37.9배, 기업가치는 29조원 정도가 된다.
실제로 크래프톤이 공모가를 낮출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던 진단장비 업체인 에스디바이오센서의 경우에도 최초 증권신고서에서는 공모가 희망 범위를 6만6000~8만5000원 수준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달 초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를 받았고, 공모 희망가를 4만5000~5만2000원으로 낮췄다.
대어급 공모주 상장 첫날보다 주가 낮은 곳도
지난해와 올해 대어급 공모주로 분류됐던 기업들의 주가가 현재 상장 첫날 주가보다도 낮은 경우도 많다. 지난해 공모주 열풍의 시발점이었던 SK바이오팜의 경우 상장 이후 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21만4500원까지 올랐지만, 30일 현재 주가는 12만3000원으로 상장 첫날 종가(12만7000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현재 주가가 5만7800원으로 상장 첫날 주가(6만2400원)보다 낮고, 올해 3월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주가가 15만8500원으로 상장 첫날 주가(16만9000원)를 회복하지는 못하고 있다.
반면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하이브(상장 시에는 빅히트)의 주가는 순항 중이다. 하이브의 경우에도 상장 이후 주가가 크게 오르지 못하면서 ‘공모가(13만5000원)가 너무 높았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크래프톤이 총 쏘기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비중이 큰 만큼 하이브 역시 BTS의 비중이 큰 회사기도 하다. 하지만 하이브의 주가는 최근 상승세를 타면서 지난 22일에는 종가 기준 최고가(32만4500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증권업계에선 “공모가가 너무 높은 종목에 투자하면 손실이 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면서도 “상장 후 단기간 주가 추이만 보고 기업의 공모가가 적정한 수준으로 평가됐는지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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